1. 사서는 단순한 도서 관리자일까?
많은 이들은 여전히 사서를 ‘책을 정리하고 대출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과 정보 접근 방식이 급격히 변화한 오늘날, 사서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층적이고 인간 중심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사서를 단순한 자료 관리자가 아닌 ‘인간적 안내자’로 바라보는 시각은 도서관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과거의 도서관이 정보의 저장소였다면, 현대의 도서관은 지식의 체험 공간이며, 사서는 그 체험을 돕는 동반자이다. 이는 마치 여행에서 지도만이 아니라, 길을 읽고 사람을 이해하며 여정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현지 가이드처럼 작동하는 존재이다. 사서는 정보의 흐름을 안내함과 동시에, 이용자의 상황과 감정, 요구를 민감하게 포착하여, 가장 적절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이 ‘인간적인 해석’과 ‘공감 기반의 서비스’는 기계나 시스템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역할이며, 오늘날 사서를 다시 주목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2. 정보 접근의 따뜻한 다리: 사서의 공감 능력
현대 사회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검색 포털만 열어도 수백만 개의 결과가 쏟아지는 이 시대에, 정작 개인은 무엇을 믿어야 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된다. 이때 사서는 단순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이용자 개인의 목적에 맞는 자료를 선별하며, 정보의 맥락을 해석해주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 특히 사서의 공감 능력은 이런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예컨대, 시험을 앞둔 고등학생, 진로 고민 중인 대학생, 독서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 삶의 전환기를 겪고 있는 중장년 등, 각기 다른 맥락의 이용자가 도서관을 찾을 때, 사서는 그들의 말 너머에 숨겨진 필요와 감정을 읽고, 그에 맞는 조언과 자료를 건넬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은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며, 단순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천 알고리즘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섬세한 연결이다. 사서가 하는 일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삶의 방향을 함께 모색해주는 역할인 것이다. 이러한 공감과 대화 기반의 중재는 정보사회 속에서 더욱 가치 있는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3. 교육자로서의 사서: 지식에 이르는 길을 열다
사서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학습 안내자’로서의 기능이다. 특히 학교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에서는 사서가 교사나 교수와 협력하여 학습자 중심의 정보 활용 교육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정보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자료 탐색 방법, 인용 및 윤리적 정보 활용에 대한 교육 등은 사서의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교육은 단순한 기술 전달을 넘어, 학습자의 자율성과 사고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서는 학생들이 단순히 정보를 ‘찾는’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해석하고, 연결하고, 재구성하여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데까지 도달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이는 교과서에 없는 질문을 던지고, 자료를 비교하게 만들며, 다각도의 시선을 소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사서가 단순히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말은 이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디지털 정보의 진위 판별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사서의 교육자적 역할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지식의 안내자로서 사서는 단순한 정보의 전달자가 아니라, 정보 탐색의 과정 자체를 설계하고 동행하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4. 이용자의 이야기와 함께 호흡하는 공간 관리자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공공성과 민주성을 상징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사서다. 사서는 도서관이 단순한 책의 저장소가 아니라, 사람의 삶이 오고 가는 ‘열린 문화 공간’이 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 기획, 다문화 가정을 위한 정보 서비스,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향상, 청소년 문화 활동 지원, 고령층의 정보 소외 해소 등, 도서관 서비스가 실제 사람들의 삶에 가닿기 위해선 사서의 세심한 기획과 운영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은 단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삶의 서사와 목소리를 도서관에 반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서는 이웃 주민의 작은 요청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도서관 공간에서 일어나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감지하며, 이를 조직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문화 흐름을 만든다. 또한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정보 공간의 구축 역시 사서의 역할로 확대되었다. 이처럼 사서는 물리적 공간의 관리자일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를 반영하여 도서관을 ‘살아 숨 쉬는 공공문화 플랫폼’으로 만드는 조력자이다.
5. 기술 시대 속 사서의 인간적 가치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동화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지금, 인간의 직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비인간적인 환경이 확산될수록 ‘인간적인 역할’에 대한 가치와 필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서는 이 흐름 속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간 중심 직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왜냐하면 사서의 본질은 ‘자료’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돕는 데 있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사람의 맥락과 감정을 읽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응하며, 깊은 대화를 통해 삶의 단서를 찾아주는 일은 여전히 인간 사서의 고유한 영역이다. 더욱이 도서관은 단순한 정보 축적의 장소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사회적 공간이기에, 그 중심에는 언제나 따뜻하고 지혜로운 사서가 있어야 한다. 기술을 활용하되, 인간적인 감각과 철학을 잃지 않는 사서의 존재는 앞으로의 도서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나침반이다. 결국, 사서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적 가치를 지키는 안내자이며, 우리 사회가 지식과 삶을 함께 꿰는 방식을 제시하는 조용한 혁신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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